오대산 치유 순례길
자장율사는 중국으로 유학하여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 사리와 가사를 받고“신라에서도 오대산을 찾으라”는 가르침도 받습니다. 귀국하여 오대산에 와월정사를 창건하고‘오대’가운데 중대에 부처님의 사리를 모신‘적멸보궁’도 세웁니다. 신라 선덕여왕 12년(643)의 일로, 절을 짓고 보름날 동대 만월산으로 떠오르는 달이 아름다워 이름을‘월정사(月精寺)’라 했습니다. 그로부터 1380여 년이 흐른 현재도 월정사는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지요.
대한불교조계종 제4교구 본사 월정사는‘오대’를 아우르는 중심으로 불교문화와 명상의 성지로 더욱 확대해가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주변 편의시설이나 자연 풍경도 아름다워 오대산 중에서도 가장 많은 이들이 찾는 곳이에요. 주변의 빼어난 풍광과 오대산의 정기를 품어서일까,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산 전체가 불교성지가 된곳은 이곳이 유일합니다.
월정사 바로 옆에 자리한 공간에서 진행하는 출가학교와 템플스테이는 불교문화체험의 정수라 할 수 있습니다. 불자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대중적인 프로그램입니다. 템플스테이는 휴식형‘산사에서의 1박2일’, 체험형‘산사체험’으로 구분되며, 계절별 2박3일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특별 프로그램으로 매달 2박3일 ‘오롯이바라보기’도 진행해요. 모든 프로그램은 홈페이지를 통해서 신청을 받습니다.
월정사에서 큰길을 따라 400여 m를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동대 관음암 표지판이 나옵니다. 여기서부터 2km를 더 가야 있는 곳이니, 선재길을 잠시 이탈해야 합니다.‘ 관음암’은 오대산 동대에 일만의 관세음보살이 머물러 계신 곳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신라시대 보천태자가 임종 직전에“ 동대에는 관음방을 두어 일만 관음상을 그려 봉안하며 금강명경, 인왕반야경, 천수주를 독송하고, 관음예참을 행하게 하라” 해서 세워졌습니다. 오랫동안 내려온 도량이지만 625 전쟁 때 불타 1971년과 1996년에 새롭게 중건되었습니다. 동대 관음암에서 조금 더 가면 조그마한 토굴이 하나 있는데, 수행자의 참된 모습으로 자주 거론되는‘ 구정선사’가 출가하여 공부했던 곳입니다.
선재길을 따라 월정사 맞은편 다리를 건너면 오대천 옆으로‘ 산림철길’이 시작된다는 알림판이 나옵니다. 지장암은 이 길을 걸어 올라가도 되고, 지장암 입구까지 차로 갈수도 있습니다. 월정사에서 200m 정도 올라가면 지장교가 있고, 이 다리를 건너면 주차장이 나옵니다. 여기서 다시 200m쯤 올라가면 조용하게 자리잡은 암자가 바로 남대 지장암입니다. 원래 지장암은 기린산 정상 가까이 있었는데 조선 말기에 지금 자리에 터를 잡았습니다. 그 기원이『 삼국유사』에“ 남대 남쪽에는 지장방을 두어 팔대보살을 수반으로 일만의 지장보살 모습을 그려 봉안하고 지장경과 금강반야경을 독송하게 하고(중략) 금강사(金剛社)라 하라” 기록하고 있습니다. 지장보살은 지옥중생의 해탈을 위하여 지옥에 머무는 보살입니다. 산림철길은 일제강점기 오대산 산림을 벌채하기 위해 상원사까지 협궤레일을 깔아 소나무, 박달나무, 참나무 등 27종을 1927년부터 해방 전까지 벌채해 주문진을 통해 일본으로 반출했다는 기록에 따라 만들어진 길입니다.
오대산의 ‘오대’에 방점을 찍을 수 있으며, 오대산의 불교문화를 완벽하게 순례하기 위해 가야 할 곳이 북대 미륵암(彌勒庵)입니다. 상원사 입구 큰길에서 북쪽으로 5km 정도 가야 하기에 신중한 계획이 필요합니다. 미륵암은 코끼리 머리처럼 생겼다 해서‘상두암(象頭庵)’이라 불리기도 합니다. 이곳은 석가모니불을 수반으로 한 오백나한(五百羅韓)을 모시는 곳으로 수백 년 동안‘ 나한도량’으로 명맥을 이어왔습니다. 나한전과 나한상 관련한 재밌는 이야기들도 많으니 찾아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미륵암은 해발 1300m가 넘는 곳인데요. 이른 봄 눈을 뚫고 노란 꽃을 피우는 복수초를 시작으로 우리나라 자생식물의 보고이기도 해서 식물학자들도 많이 찾는다고 합니다.또 이곳의 감로수가 물맛 좋기로 유명하다니 꼭 도전해보세요.
‘적멸보궁’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봉안한 곳으로, 우리나라에는 오대산 월정사, 사자산 법흥사, 태백산 정암사, 영취산 통도사, 설악산 봉정암 다섯 곳이 있습니다. 오대산 적멸보궁은 신라시대 자장율사가 중국 오대산에서 기도하던 중 지혜의 상징인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얻은 석가모니 진신사리를 봉안한 불교의 성지입니다. ‘적멸보궁(寂滅寶宮)’은 ‘모든 바깥 경계에 마음의 흔들림이 없고 번뇌가 없는 보배스런 궁전’이라는 뜻으로, 욕심과 성냄, 어리석음이 없으니 괴로울 것이 없는 부처님의 경지를 나타냅니다. 불자라면 꼭 들러봐야겠지만, 불자가 아니어도 꼭 가보아야 할 이유는 많습니다. 오대산 비로봉에서 흘러내린 산맥들이 병풍처럼 감싸 무척 아름답습니다. 암행어사 박문수는 ‘천하의 명당’이라 감탄했다죠. 선재길의 마지막 종착점에서 불교성지 오대산을 오롯이 만나보세요
상원사에서 적멸보궁 가는 길을 20여 분 걸으면 나오는‘ 중대 사자암’은‘ 적멸보궁’의 수호 암자입니다. 1400년(조선 태종) 11월 중창되었는데요, 여러 세월을 겪으며 낡아 퇴우 정념스님께서 2006년 8월에 새로이 신축했답니다. 중대 사자암 법당 비로전(毘盧殿)은‘화엄경’주불인 비로자나부처님을 모셨으며 부처 좌우에서 문수보살과 보현보살이 협시합니다. 비로전 탱화는 세계 최초로 조성된 양각으로 새긴 ‘극락보수삼존불상 후불 탱화’로 그 장엄함이 절로 경외심을 들게 합니다.
월정사 산내 암자이지만 버금가는 명성을 누려오고 있는 상원사는 자동차로 버스로 바로 앞까지 갈 수 있지만 깊은 산속 암자의 매력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선재길 왕복이 힘들거나 시간이 없는 이들은 버스를 타고 이곳으로 와 선재길 트레킹을 시작해도 좋습니다. 상원사는 신라 성덕왕 4년(705년)에 보천(寶川)과 효명(孝明) 두왕자에 의해 오대산 중대에 창건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상원사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름은‘ 세조’입니다. 그 일화 중 문수보살을 친견한‘ 관대걸이’ 이야기 외에 상원사에서 기도하던 중 고양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일화도 있습니다. 그래서 대웅전 앞에 세월의 흔적이 가득한 고양이상을 볼 수 있어요. 상원사로 오르는 가파른 돌계단 앞에는 ‘번뇌가 사라지는 길’이라 써있는데요, 넘어지지 않게 조심히 올라오라는 소리로 들립니다. 상원사에서 꼭 보아야 할 것은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신라시대 범종인‘동종’입니다. 동종이 있는 누각에서 바라보는 오대산 자락도 매우 아름답습니다. 잠시 산을 바라보며 머물다 가세요